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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저예요, 톰. 여긴 너무 따뜻하고 좋아요. 따뜻한 우유 한 병 먹고 엄마에게 편지를 씁니다. -2- 처음 절 발견한 언니는 접시에 우유를 담아 주셨죠. 하지만 제 가 너무 어린 탓에 먹을 수가 없었어요. 언니는 그런 절 보고 식욕이 없는 줄 알았죠. 언니는 한참 어딘가에 전화를 하더니 새벽에 절 데리고 밖으로 나왔어요. 그리고 거기서 엄마를 만난거죠. 그때는 너무 불안했어요. 어두운 라면박스에서 1시간 넘게 앉아 있으니 어지럽기도 하고 구토도 쏠리고... 어디까지 가는걸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죠. 그 러다가 박스 문이 열리고 불빛이 들어오는 걸 보고는 어딘가에 도착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곳이 엄마방이라는 건 나중에 알 았어요. 사흘째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울기만 했기 때문에 배가 무척 고 팠지만 접시에 담긴 우유는 먹을 수가 없었어요. 엄마는 그런 저의 입을 계속해서 접시에 갖다댔지만, 입술에 묻은 우유로 겨 우 목을 축일수만 있었을 뿐이었죠. 배는 고팠지만 엄마방은 무척 따뜻했어요. 엄마가 절 박스에서 꺼내 절 이불속에 꼬옥 감싸주셨을 땐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죠. 그때 갑자기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어요. 꽤 피곤했던 모양이 예요. 그런 절 보고 엄마는 아파서 그런 줄 알고 걱정하셨지만, 전 괜찮았어요. 배가 조금 아팠지만 가벼운 복통이라고 생각해요. 한참을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눈을 떴을 때 엄마는 침대 밑바 닥에서 이불도 없이 그냥 잠들어 있었죠. 그때 제가 얼마나 미 안했는지 아세요 ? 제가 '야옹~'하고 엄마를 부르자 엄마가 잠 에서 깨서는 절 다시 박스 안에 넣어주셨죠. 혹시 할머니가 실수로 박스를 버리기라도 할까봐 흰 종이에 '상 자 안에 생명체 있음'이라고 적어놓은 걸 보고는 얼마나 웃었는지... 박스 안은 조금 불편했지만, 엄마가 깔아주신 담요 덕분에 푸근 하게 다시 잠들 수 있었어요. -3- 새로 살게 된 곳은 무척 공기가 맑았어요. 아침엔 조금 쌀쌀했 지만, 낮이 되면 햇볕이 마당 한가운데 따스하게 내리쬐었기 때 문에 조금도 춥지 않았어요. 할머니가 접시에 우유를 담아 주셨 지만 여전히 전 먹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자 할머니가 어디선가 사람 아기용 젖병을 하나 사오시더니 거기에 우유를 넣어 제 입 에 넣어 주시는 거예요. 전 너무 기뻤죠. 허기진 배를 달래느라 한참을 빨았어요. 하지 만 젖꼭지가 제 입에 너무 커서 먹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 서 많이 먹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오랜만에 맛보는 우유여서인 지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어요. 여전히 배가 조금 아팠지만 괜찮아요. 이런 공기 좋은 곳에서 지내다 보면 낫겠죠 뭐. 그날 엄마는 늦잠을 주무시고 늦게 나오셨죠. 전 반가운 마음에 힘껏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요. 아직 전 잘 걸을 수가 없을 만큼 어렸거든요. 대신 엄마가 달려오셔서 전 엄마 품에 안길 수가 있었어요. 절 낳아준 엄마에게서 느끼던 따스함은 없었지만 정성을 다해 절 안아주시는 엄마를 보고 절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 죠. 고마워요, 제 발톱에 긁혀 따가운 것도 참아가며 절 품어주 신 덕분에 그때는 배가 아프지 않았어요. 좀더 오래 안아주셨으면 했지만 엄마도 일하러 갈 시간이 되었 고, 그래서 전 그때부턴 혼자 놀기 시작했어요. 옆에서 검은고 양이 형들이 절 이상하게 쳐다보더라구요. 앞으로 함께 지내게 될 형들이라 생각하니 처음부터 잘 보이고 싶어 다가갔는데, 형 들은 오히려 절 무서워 하는 것 같았어요. 전 그냥 형들을 부르 기만 했을 뿐인데... 해가 지고 저녁에 되어서야 엄마가 돌아왔죠. 그제서야 전 엄마 가 어딜 다녀오셨는지 알 수 있었어요. 엄마는 절 위해 고양이 용 젖꼭지를 사러 대구시내까지 나갔다 오신 거였군요 ! 그날 저녁, 전 처음으로 배부르게 우유를 먹을 수 있었어요. 엄 마가 사오신 고양이용 젖꼭지 덕분에... 엄마도 즐거워했죠. 제 가 우유를 무려 10cc나 먹었다구요.. 정말 살 것 같았어요. 하 지만 둘째 날 부터는 어두운 부엌에서 혼자 자야 한다는 게 너 무 싫었어요. 그래도 어두운 부엌은 바깥보다 따뜻해서 잠을 못 이룰 만큼 춥지는 않아 다행이었어요. 한참을 울다가 잠이 들었죠... 절 낳아준 엄마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생각했어요. ....아마 다시 볼 순 없겠죠 ? -4- 엄마는 차를 몰고 집 마당으로 올 때면 무척 조심한다는 걸 알 았어요. 처음엔 그 이유를 몰랐죠. 몇 년 전에 제 형뻘 되는 고양이가 엄마가 몰던 차에 치어 그만 죽었기 때문이라는 걸 나 중에 알게 되었어요. 그때 너무너무 슬퍼하셨죠...? 전 아침이 좋아요. 어두운 스치로폴 방을 벗어나 공기 좋고 햇 살 따스한 마당에 돌아다닐 수가 있으니까요 ! 그리고 검은고양 이 형들도 더이상 절 경계하지 않고 가끔 저랑 놀아주기 시작했 어요. 하지만 제가 형들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 품 안으로 파고들면 도망치거나 절 꾸짖곤 했어요. 저도 안 그러려고 했는데, 자꾸 만 절 낳아주신 엄마품이 생각나서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구요. 엄마는 제가 파고들어도 그냥 가만히 안아 주셨고, 전 그게 너 무 좋았어요. 2시간마다 정기적으로 먹여주는 우유도 맛있었구요. 아직 제가 너무 어려서인지 응아를 제대로 못하는 걸 아시고는 따뜻한 물에 걸레를 적셔 엉덩이를 닦아 주셨죠. 그 덕분에 전 혼자서도 응아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어려웠 고, 여전히 배가 조금 아팠어요. 조금씩 배우다 보면 좋아지겠죠 ! -5- 며칠동안 엄마가 많이 바빠 보였어요. 전만큼 저와 자주 놀아 주지도 않고, 우유도 엄마 대신 할머니가 와서 주고... 엉덩이 도 할머니가 씻겨주고... 그래도 전 좋았어요. 밤엔 후레쉬를 들고 엄마가 와서 꼭 한번 씩은 품어주셨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전 엄마의 사랑을 듬뿍 느낄 수가 있었답니다. 제가 '야옹~'하지 않고 '그르르르~'하고 소리 낼 때는 최고로 기분이 좋을 때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 -6- 제 식성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엄마는 이제 우유를 한 번에 20cc씩 먹는다고 뛸듯이 좋아하셨죠. 저도 식욕이 많이 는 것 같아 기뻐요. 그렇지만 배가 전보다 조금씩 더 아파와요.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스치로폴 방에서 잠을 이루려고 할 때면 배가 더 아파와서 가끔은 고통스러울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엄마를 불러보았지만 엄마는 너무 먼 곳에 있는 것 같았어요. 엄마가 오신다 해도 제 아픈 배를 어떻게 해 줄 수는 없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엄마의 따뜻한 품 속에 안겨 있으면 조금은 덜 아플 것 같은데... -7- 엄마가 늦잠을 자는 아침이면 할머니가 와서 제 엉덩이를 씻어 주고 맛사지 해 주신답니다. 이젠 할머니와도 정이 든 것 같아 요. 할머니는 절 조금 우악스럽게 잡곤 해서 때때로 아플 때가 있었지만 그래도 절 깨끗하게 해주기 위해 그러시는 거라는 걸 잘 알아요. 물에 젖은 엉덩이를 드라이기에 말려줄 때는 무척 기분이 좋아 요. 가끔 뜨겁기도 하지만 봄바람 같이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이 상쾌해 져요. 너무 기분이 좋아 신나게 마당을 달렸더니 검은고양이 형들이 날 따라왔어요. 함께 어울려 놀고 있을 때 엄마가 방에서 나오 셨죠. 항상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보시던 엄마가 활짝 웃으며 "드디 어 이젠 살 것 같다"면서 좋아하시는 모습에 저도 너무너무 기 뻤어요. 힘든 날도 많았지만, 이젠 하루하루가 너무너무 즐겁답 니다. 검은고양이 형들과도 많이 친해졌고, 맛있는 우유와 따뜻 한 햇살, 밤이면 어둡지만 나를 위한 나만의 공간이 있고... 엄마는 제가 우유먹을 때 가장 즐거워하는 것 같아요. 우유를 먹을 땐 저도 모르게 귀가 쫑긋쫑긋 움직여요. 엄만 이런 제 귀 를 보고 무척 즐거워하셨죠. 밤에는 약간 외롭지만 그래도 참을 수 있어요. 더 신나는 아침 과 낮이 있으니까요 ! -8- 엄마...엄마... 어디 계세요 ? 배가 너무 아파요. 이럴 때 엄마 가 안아주신다면 조금은 덜 아플 것 같은데... 아... 엄마... ...... 갑자기 움직일 수가 없게 됐어요. 배아픈 쪽 다리가 움직이질 않아요. 엄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싶은데... 지금은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어요... 엄마... ...... 이젠 움직일 힘이 남아있지 않아요. 언제쯤 아침이 올까요 ... 언제면 엄마가 나타나는 걸까요 ? 배가 너무 아파서 눈을 뜰 수 가 없어요. 제가 어디로 가는 걸까요 ? ...... 한참 정신을 잃었었나 봐요. 아침이 왔지만 집 밖으로 나갈 수 가 없네요. 그때 들리는 발자국 소리... 엄마 소리라는 걸 알고 는 너무 반가워 나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거라 고는 엄마를 부르며 '야옹~'하는 것 뿐... ...... 엄마가 나타났어요. 엄마..왜 이제야 오시는 거예요... 얼마나 아팠는데... 얼마나 힘들었는데... 엄마의 왼쪽 손에는 저를 위한 우유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전 배 가 너무 아팠어요. 엄마의 정성을 생각해서 입을 벌리기는 했지 만 더이상 우유를 먹으면 어떻게 될 것만 같은 생각에 금방 입 을 다물어 버렸죠. 그때 엄마는 제가 평소때와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마침내 엄마가 절 안고 집 밖으로 꺼내 주셨지만 전 한발짝도 걸을 수가 없었어요. 갑자기 엄마가 다시 집으로 돌아갔을 땐 정말 울고 싶었어요. 제가 왜 옆으로 누워있는거죠 ? 이젠 나머지 세 다리마저 말을 안 들어요. 엄마.. 일으켜 주세요... 제발... ...... 엄마가 따뜻한 물을 들고 다시 나타났을 땐 너무 많은 힘을 빼 버린 것 같았어요. 제 힘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걸 알고는 절 일 으켜 바로 눕혀 주셨죠. 덕분에 전 다시 눈을 뜰 수가 있었어요. 엄마가 눕혀준 자세가 너무 편했거든요. 눈을 크게 뜨고 앞을 바라보니 제가 뛰놀던 마당이 보이네요. 그리고 옆에는 절 위해 준비한 우유병과 제 머리를 끝도 없이 쓰다듬어 주시는 엄마의 모습이... 이젠 배가 아프지 않아요... ...... 전 너무 행복해요. 제가 이렇게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그리고 잠시나마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 수 있 었던 것이... 엄마... 울지 마세요.. 엄마가 그렇게 우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언제나 활짝 웃기만 하던 엄마가 왜 우는지... 이제 갈 때가 되었나 봐요. 누군가 절 부르는 것 같아요.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아져요.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아요. ...... -9- 엄마... 저 여기에 있어요. 이곳은 춥지도 않고 배고프지도 않아요. 무엇보다도 더이상 배 도 아프지 않구요. 그리고 엄마의 모습도 너무너무 잘 보여요. 참, 엄마. 제 무덤에 넣어주신 묘비명... 잘 읽었어요. ┌──────────────────────────┐ │'상자 안에 생명체 있'었'음' │부디 하늘나라에서 나보다 더 좋은 엄마 만나길 바란다. │안녕.... └──────────────────────────┘ 엄만... 지금도 울고 있잖아요... 그만 우세요. 저 이렇게 행복한데... 엄마가 자꾸 울면 제가 너 무 미안하잖아요... -10- 저 혼자 먼저 가버려서 너무너무 미안해요. 하지만 엄만 이해하실꺼라 믿어요. 왜냐하면 엄만... 우리 엄마니까요. 엄마,,, 사랑해요... 안녕...... 안녕............ 하늘나라에서,
노랑고양이 톰 드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