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병역거부반대 페이지에서 관련내용을 분리할 예정. 주제는 '자유는 책임보다 우선하는 가치인가?'
... 자유가 책임보다 우선한다는 궤변을 오늘도 열심히 펼치고 있는 한 불쌍한 중생을 보다 못해 ExtractPage. 츳코미 할 곳이 너무 많아서 뭐부터 해야 할지 헷갈리긴 하지만.
책임은 상호간의 자유의 조정을 위한 것- 이란 말부터 살펴보자. 이 명제 자체는 그다지 틀린 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명제가 정말로 이유일까? 간단히 문장을 만들어 보자. "책임은 상호간의 자유의 조정을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자유는 책임보다 우선한다." 미묘한 위화감이 느껴진다. 앞뒤를 뒤바꿔보면 위화감의 정체를 알 수 있다. "자유는 책임보다 우선한다. 그러므로 책임은 상호간의 자유의 조정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 순환논리인 것이다. 두 명제는 같은 내용을 다르게 표현한 것 뿐이며, 하나가 다른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역시 기독교인 답다고나 할까. "성서는 옳다. 왜냐하면 성서에 그렇게 쓰여있기 때문이다."
'책임은 상호간의 자유의 조정을 위한 것' 만이 전부가 아니란 얘기다. 뭐가 빠진걸까? '어떻게' 다. 이 양반은 '더 많은 자유, 더 근본적인 자유' 가 기준이라고 말한다. 번지르르하기만 하지 실속이 없는 말이다. 뭐가 더 많은 자유인지, 뭐가 더 근본적인 자유인지 어떻게 판단할 건데?
그 기준이 되는게 바로 법이고 도덕이고 상식인 것이다.
즉, 책임은 자유의 부속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법과 도덕과 상식에 의해 권위를 보장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유가 책임보다 우선한다는 말은, 자유를 위해서라면 법도 도덕도 상식도 필요없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세상이 그렇지 않다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 게다가, 조정자가 조정자로서 제대로 기능하려면 조정대상보다 높은, 최소한 동등한 권위가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사법부도 독립이 보장되잖아. 자유가 책임보다 위라면 책임에 연연할게 뭐가 있냐. 자유의 이름아래 법도 도덕도 상식도 제쳐놓고 멋대로 살면 되는걸.
양병거에 관련해서 얘기하자면 이렇다. 양심의 자유가 헌법과 인권선언에 보장되어 있다고? 그럼 일반국민들이 전쟁의 위험에서 안전하게 생존권을 누릴 자유는 어떤가. 지금도 휴전선 부근에서 뺑이치고 있을 장병들의 평등권은 어떤가.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다른이들의 것보다 더 많은 자유이고 더 근본적인 자유라고 주장할 수 있는 저 뻔뻔스러움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나.
--벨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