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피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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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0년 가을, 인공지능연구의 올바른 방향에 관하여 쓴 에세이입니다. 인공지능은 '설계'가 아닌 '창발'의 형태로 탄생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로봇으로 이루어진 인공생태계의 설립이 도움이 될 것이며, 이를 '바이오스피어3'로 명명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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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생태계 : 바이오 스피어3



1. 무대 장치


TV만화영화를 생각해 보자. 어느 과학자가 홀로 로봇을 만든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드디어 전원 스위치를 올리면(대개 번개를 이용하던데...),삐그덕 거리면서 로봇이 일어나서 걸어다니며, 자신의 아버지를 인식하고 말을 하거나 시키는 일을 한다.

애석하게도 이러한 화려한 출발은 불가능하다. 만약 우리가 훌륭한 몸체와 기억장치, 적절한 알고리즘의 신경회로망 뇌를 구현시켜 전원을 올린다 하더라도, 이 로봇은 그저 간헐적으로 몸을 꿈틀대며, 눈만 껌벅거릴 것이다. - 왜냐하면, 그는 가진거라고는 몇가지 반사작용밖에 없기 때문에... 그는 전적으로 갓 태어난 유아와 똑같다.

가장 이상적인 구조를 가진 인간조차도, 갓 태어나서는 거의 철저하게 무능력하다. 지능체란 그것이 장차 발달하고 학습할 가능성을 가진 것이지, 탄생할 때부터 모든 것을 알고, 훈련된 채 나오지는 못한다. 물론 훈련되고 성장한 뇌를 ‘복제’하는 방식으로 기계를 대량생산하는 것은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지금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최초의’ 인공지능로봇이기 때문에,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유아의 입장이 되어보자. 유아는 주위환경을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반응할까? - 사람은 오이디푸스기 이전에 ‘유아기 기억상실’이라는 메카니즘에 의해 유년기의 기억을 대부분 상실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는데, 예외적으로 그러한 유아기의 기억을 간혹 보고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기억을 회상하는 한 여성의 표현에 의하면, 젖먹이 때의 기억이란 “모든 것이 몽롱하고, 확실치 않다. 시야에 뭔가 둥근 것이 다가오면, 그것이 막연히 ‘좋은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 여기서 둥근 것이란 엄마의 얼굴을 말한다. 혹은 시각발달에 관해서는 좋은 예를 찾을 수 있다. 유아에게서 시각피질이 형성되는 과정을 물어볼 수는 없지만, 성인에게서 그 과정을 들을 수 있다. 선천성 백내장으로 장님이었던 사람이, 성장 후에 수술을 통해 시각을 회복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수술을 끝내자 마자 모든 것이 훤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정상적인 시각피질과 이에 관계된 뇌의 발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뒤늦게 그러한 발달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는 유아의 시각발달과정과 유사할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그러한 환자의 보고에 의하면, “처음엔 모든 것이 뿌옇고 보이지 않아 마치 ‘회색의 스크린’으로 덮혀 있는 듯 하다. 점차로 그러한 스크린이 없어지면서, 불확실하고 모호한 명암만을 구분 할 수 있다. 그리고 점차 색깔이나 모양을 인식하게 된다.” - 이 과정은 수개월에 걸쳐 일어나는 회복이며, 설사 아무리 오래 훈련을 하더라도 정상인만큼의 시각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 그는 정상적으로 발달해야 할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한 소년은 그가 유아기때, 눈병으로 인하여 약 2주간 한쪽 눈에 안대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영원히 한쪽 눈이 실명하게 되었다. 유아기때는 모든 감각기관에 대한 피질 형성과 뇌의 발달이 중요한데, 한쪽 눈으로부터의 감각자극이 차단되자 뇌는 융통성을 발휘하여, 그 한쪽 눈에 할당될 뇌의 영역을 다른 쪽 눈에 모두 할당하는 바람에 그는 한쪽 눈이 시각감각을 획득할 기회를 영원히 차단당한 것이었다. 이런 경우, 그는 차라리 양쪽 눈에 다 안대를 했다면 시각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뇌의 융통성이란 이처럼 막강하다.

어린아이가 시각정보를 받아들이면서 손을 내뻗거나, 시선을 돌리고, 몸을 트는 둥 여러 가지 행동은 그의 감각과 운동의 발달, 나아가 지능의 창조에 대단히 중요하다. 자신의 운동신호가 자신의 감각기관을 통해 피드백 되는 과정을 통해서, 예컨데 자신의 팔의 움직임이 시야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목의 운동이 시야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하는 방식의 기본적이고 반복적인 훈련은, 유아에게 세상을 이해하는 법과 자신과 세계를 분리하는 법을 배운다. - 성인이 매우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각종 감각이나 공간감/ 시간감 역시 모두 이 때 획득되고 학습되어지는 것으로, 세계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여 그것을 적절히 가공해 세계상을 만들어 내는 것을 기가막히게 익숙한 솜씨로 해내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이유로 유아에게 지적인 발달을 촉구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장난감을 제공하는 것이 유용하다. 딸랑이, 천장에 달아놓은 흔들이, 나무토막등 많은 자극물들이 유아에게 대상에 대한 형태, 색, 운동성, 소리, 촉감등의 정보를 부지런히 처리하고 뇌를 발달하게 자극하며, 그런 이유로 시각이 완전치 않은 유아에게는 뚜렷한 원색의 장난감들이 더 유리하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 때도 똑같이 적용되며, 우리는 유아나 다름없는 로봇에게 적절한 자극과 공간을 제공하여 그들이 정상적인 지능발달을 할 수 있도록 유도 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예와는 달리,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존재한다. 첫째, 이들은 인간과는 달리 전례가 없기 때문에, 어떤 식의 심리적 발달과정을 거칠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이는 시행착오와 관찰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둘째, 이들에게 중요한 동기를 제공하기 어렵다. 어린아이에겐 모유나, 혹은 따스함, 또는 아픔등을 통하여 그들의 행동이 평가되고 자극받는다. 그러나 로봇에게 배고픔이나 온도, 물리적 충격등은 별로 신경쓰이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즉, 로봇에게 유의미한 환경이란 어떤 것인가?

이는 지능로봇의 심리발달에 필요한 적절한 환경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동물은 자연 속에서 성장하면서 자연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한다. 토끼에게 풀은 좋은 것, 여우는 피할 것, 그늘은 시원한 것, 같은 토끼는 경쟁상대, 소는 관심 없는 것등, 자신에게 영양과 기쁨, 고통을 주는 많은 구성원들로 가득한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토끼에게 혼자 넓고 풍부한 풀로 가득한 세상을 제공한다면, 토끼의 지능은 발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는 간단한 작용 - 입을 오물거리는 것- 만으로 모든 욕구를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자연계의 토끼는 수많은 변수와 복잡성과 경쟁하며 전략을 구축할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에 지능이 발달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인데, 언어와 문명의 발달에 의해 배워야 할 것이 많아지면서 인간의 두뇌는 더욱 발달하였다.

그렇다면 지능로봇에게 적절한 환경은 어떤 것이며, 그것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러한 환경은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가? - 그에 대한 세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2. 바이오스피어3


첫째, 기존의 세계를 환경으로 제시한다. 이 경우에는 기존의 유기환경에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완전한 유기체 기반의 로봇을 제작하여야 한다. 즉, 그는 주위의 유기물로부터 에너지원을 얻고, 생화학적 대사를 하며, 다른 동물들에 의해서 위협받거나 경쟁되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음식을 먹고 잡아먹히는 단백질 기반의 로봇이어야 한다. 이러한 경우 생체조직으로부터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대사계를 위한 효소계가 있어야 하고, 이는 분자생물학적인 시스템을 요구하며, 결국 DNA와 조직적인 세포체계를 필요로 한다. - 이는 결국 현존하는 생물체를 재구성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시도가 의미가 있는가? - 생체공학적으로 혹은 생물학적으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에겐 전혀 그러한 기술이 없다. 생체공학이야 말로 진정한 나노테크놀러지인데, 우리는 원하는 단백질을 만들 수 있기는커녕, 아미노산 순서로부터 단백질의 구조조차 예측하지 못한다. 물론 현재에도 음식물(예컨데 설탕)을 이용하여 동력을 얻는 로봇은 개발되어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 생물체인 박테리아를 이용하여 그 생화학 대사계를 빌려서 에너지를 얻는 방법이므로, 움직이는 ‘발효통’정도의 의미밖에 없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이 방법은 현재 실현시키기엔 요원한 방법이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이루어져야 할 방항이며, 이러한 생체공학적 로보틱스는, 인류의 기본적인 구조와 기능을 바꾸어 놓을 인공진화의 주요한 기술이 될 것이다.

둘째, 전적으로 컴퓨터내의 가상세계를 이용한다.

이 방법은 매우 이상적인 방법이며, 실제로 두 가지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 첫째는 컴퓨터 바이러스이고, 둘째는 인공생명이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물리세계에서의 바이러스와 거의 똑같은 생명체이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증식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진화하고, 죽는다. 그들에게 메모리공간은 실제로 ‘공간’이며, 네트워크의 전송속도는 ‘거리’가 된다. 그들은 완전한 가상세계에 적합하게 적응한 생물체이며, 이는 이미 우리세계보다 하부의 세계 속에서 발생한 창세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창조주가 있는 경우이긴 하지만, 앞으로 컴퓨터가 스스로 코드를 만들어 내다보면, 그 안에서 저절로 자기복제를 하는 코드가 튀어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인공생명은, 생명체의 원리인 ‘복제’를 그대로 가상공간 안에 적용시켜 그 활동과 진화과정을 살피는 것이다. 이는 크리스토퍼 랭턴에 의해서 창안된 매우 최신의 분야이며, 생명의 원리와 창발성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이렇게 아예 등장인물과 무대장치를 모두 가상공간에서 처리하는 것은, 그들에게 일관성 있는 세계와 상호작용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편리하다. 또한 그 세계의 ‘물리법칙’을 제공하는 것도 매우 쉬우며, 예컨데 그들이 죽으면 그 시체(코드와 메모리)를 취해서 자신이 성장하는 등의 먹이연쇄도 쉽게 이루어 질 수 있다.

이러한 가상세계가 안 좋은 점은 너무 단순하다는 점이다.
이 세계는 철저히 프로그래머에 의해서 디자인되며, 물리법칙과 세계의 복잡성도 마찬가지이다. 세계를 복잡하게 하기 위해서는 물론 규칙과 구성물을 추가하면 되지만, 그럴수록 컴퓨터에게 요구되는 계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며, 결국 방대한 연산량을 따라잡을 수가 없게 된다. 이는 본질적으로 우리세계의 모든 ‘물질’들은 병렬연산을 하기 때문인데, 가상세계에서는 하나의(혹은 몇 개의) CPU가 그 모든 것을 다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 물론 대용량의 병렬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정교한 가상세계를 만든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교하게 하더라도 실제 세계의 복잡성보다는 떨어진다.

세째 대안은, 실제 세계에 인위적으로 로봇에게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즉, 무기물 로봇에게 상호작용하며, 유의미한 것들로 꾸며진 무기환경을 조성한다. 예컨데 로봇에게 전기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며, 에너지의 유지와 물리적 충격을 싫어하게 설정해 보자. 그렇다면 우리는 이에 적절한 생태계를 꾸며 줄 수 있다. 다양한 지형과 더불어 전기 콘센트들로 이루어진 ‘풀밭’을 조성하거나, 혹은 등에 콘센트를 달고 움직이는 작은 '먹이’로봇들을 방목한다. 혹은 로봇에게 달라붙어 전기에너지를 빼앗아 가는 ‘포식자’로봇이나 ‘기생’로봇을 함께 제공할 수도 있다.

또한 고통스러운 가시밭, 이동이 어려운 늪지 등 다양한 지형을 제공하고, 경쟁상대인 동료나 혹은 다른 로봇을 투여하여, 이들이 주어진 세계 안에서, 한정된 에너지를 획득하기 위해 어떻게 전략을 바꾸어나가며 학습하고 살아가는지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진화의 과정에서, 급진적이며 폭발적인 진화는 대부분 포식자와 피식자, 혹은 경쟁자들 간의 ‘군비확장경쟁’으로 비롯되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러한 로봇들끼리의 경쟁과 먹이사슬은 그들이 전략을 향상시켜야 할 좋은 동기가 된다. 또한 그러한 환경에서 사회성과 일관된 세계상을 형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태계는 매우 세밀하게 계획되어 조성되어야 하며, 적절히 조성이 된다면, 일정수준의 지능의 구현을 위해서는 최적의 환경이 될 것이다.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게 되면, 천천히 인공생태계를 실제 생태계와 융합시켜 나감으로써, 두 개의 세계를 통합해 결국 실제의 세계에 적응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계획의 가장 큰 난점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예산이 막대하리라는 점이다. 이는 하나의 독립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인데, 이는 마치 콜롬비아 대학에서 우주공간에서 자급자족적인 독립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를 실험하기 위해 사막에 건설한 인공 생태계인 <바이오 스피어2>(바이오 스피어 1은 지구 자체이다)와 비슷하다. 그런 의미에서, 인공지능의 진화적 발현을 위한 이 생태계 계획을 <바이오 스피어3>라고 명명해보자. 그리고 이 계획을 실질적으로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중요한 사안이 있음을 알 수 있다.


3. 아키텍쳐 / 로봇 / 밈풀


첫 번째 사항은 전체적인 아키텍쳐 - 즉 바이오스피어 전체적인 규모와 모양, 각종 생태계의 크기와 종류, 각 군집의 배치와 수, 전체적인 룰, 지형과 서식지 등을 연구하고 결정하는 일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작업인데, 이러한 아키텍쳐가 적절히 결정되어야만 생태계가 제대로 유지되며 돌아갈 것이다. 적절한 긴장과 생존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생태계를 기획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며, 이는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쳐서 만족될 것이다. 물론, 초기에는 매우 작고 단순한 크기의 인공생태계를 실험적으로 운영하며 점차 개선시키며 확장시켜야 할 것이며, 이 세계에는 번식과 육체의 성장이 없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설정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전기 에너지’의 획득을 룰로 하게 될 것이며, 필요에 따라 일정한 룰이 추가될 수도 있다. 적절한 양을 유지하도록 에너지는 외부에서 공급되며, 가장 기본적으로는 ‘식물군’(생산자)에게 에너지는 충전된다. 이러한 식물군으로부터 에너지를 취득할 수 있는 ‘초식동물군’(1차 소비자)과 초식동물로부터 에너지를 강탈하는 ‘육식동물군’(2차 소비자) 그리고 육식동물로부터도 에너지를 빼앗을 수 있는 ‘사냥꾼(3차소비자)’등으로 이루어 질 것이다.

전형적인 먹이 피라미드의 형상으로 이들의 수는 조절될 것이며, 군집 전체가 얻은 점수에 따라서 군집의 크기가 결정될 것이다. 각각의 계층에는 여러종류의 행동패턴과 능력을 가진 로봇종으로 이루어지며, 이들은 무리를 이루거나, 혹은 독립 생활을 할 것이다.

게임의 목적은 생존하는 것이며, 죽은 로봇은 생존자의 행동패턴을 학습하거나, 혹은 전혀 새롭게 변화되어 재 투입된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항이, 실제 개발 작업에 들어가면서 수정되고 확정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러한 로봇들의 ‘창발’에 대해서는 예측이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그들은 그냥 멍하니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사항은 투입될 로봇의 설계이다.

이들 로봇은 지능로봇들이며, 행동과 전략의 창발에 적합할만한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가지고 투입되어야 한다. 군비확장경쟁과 같은 전략의 개발과 학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로봇을 만드는 것은 바이오스피어 계획과는 독립적으로 미리 추진되어야 하며, 이러한 로봇이 어느정도 궤도에 이르렀을 때 바이오 스피어 계획을 기획하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다리를 이용한 이동, 다양한 감각기관, 학습능력, 의사소통 수단등이 기본적이며, 육식동물의 경우 양안시각과 공격기관이 제공될 것이다. 상황에 따라, 초식동물에게도 적절한 방어수단이 주어질 수도 있다. 다양한 구조와 기능을 가진 로봇의 투여가 바람직할 것이며, 그들의 집단적인 행동과 의사소통을 통한 일종의 사회성을 기대하는 것은, 이 계획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러한 로봇의 설계내용은 여기에서 언급할 만한 분량이 아닐 것이며, 다만 로봇의 최대 잠재력보다 바이오스피어의 복잡성이 조금 더 우월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밈풀(meam pool)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바이오스피어의 최대 약점은, 번식과 돌연변이를 통한 진화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기능을 제공하고 선택하는 것은 분명 진화적인 발전 방법이 아니며, 그렇다고 기계에게 번식의 능력을 부여할 수도 없다.

물론 그러한 자기복제 기계에 대한 연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NASA에서는 우주개발 등을 위한 자기복제로봇을 연구한 적이 있으며, 그러한 기계는 최초의 아이디어를 낸 폰 노이만의 이름을 따서 ‘폰 노이만 기계’라고 부른다. 노이만 역시 그러한 기계를 구상하면서, 완전히 자가복제하는 로봇은 거의 불가능하고, 일부 필수적이고 공정이 까다로운 부품을 외부에서 제공받음으로써 - 이를 비타민 부품이라고 했다 -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는 비타민을 음식으로부터 얻지만, 로봇은 어떻게 얻을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을 복제하기 위해서 먼저 실리콘 채굴공장부터 세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자연적인 진화의 힘을 다른 방식으로 보충하여야 한다. 그것은 일종의 지식전달이다.

생물체는 진화하면서, 선대의 구조적인 성과와 전략적인 성과를 이어받는다. 사자는 날카로운 이빨을, 얼룩말은 집단행동을 하는 지혜를 받게 된다. - 우리는 구조적인 성과를 우리가 분석함으로써, 더 나은 구조를 연구함으로써 제공한다. 이것은 진화만큼 안정적이지는 못하나, 매우 빠른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략적인 면은 어떻게 전수할 것인가?

우리는 로봇을 디자인 함에 있어서, 빼놓지 말고 생각해야 할 것이, 그들의 신경회로망속에 기억된 정보를 쉽게 추출해내고, 수정하며,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구현하여야 한다. 물론 이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한다면 매우 쉬운 일이다. 그러나 이를 실제 뉴로칩과 같은 하드웨어로 한다면, 혹은 인공뉴런소자와 같은 것을 사용한다면, 각 연결노드의 수치와 구조를 추출해내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들은 컴퓨터 메모리와 같은 어드레스 형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상태 정보를 추출해 낸다 하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수정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 왜냐하면, 신경망은 그 특성상, 망 자체가 어떤 정보를 기록하고 있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가 전체적으로 분산되어 있고 전혀 명확하지 않은 방식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방식의 정보를, 다른 정보들에 손상을 주지 않고 주입하거나 제거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심리학적인 방법을 응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한 이것을 원하는 신경망에 기록하는 것 또한 문제인데, 설사 마음대로 읽고, 기록하는 디바이스가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기록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두 로봇의 구조가 똑같아야 한다. - 실제에 있어서 로봇의 구조를 바꾸고, 기존의 로봇으로부터 얻어진 정보를 넣는다면, 이는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러한 문제 때문에 우리는 신경망과 body, 그리고 정신 구조의 체계 속에 규격화되고 확장 가능한 ‘표준’을 구성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는 한 개체가 일생동안 획득한 정보와 전략을 데이터베이스화 할 수 있다. (물론 정신의 표준이 구성된다면) 그러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우리가 원하는 전략과 방식을 수정하여, 혹은 그 자체를 새로 투입되는 신종에게 주입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시간을 절약시켜 주며, 또한 전대의 전략적 성과를 이어받게 해준다.

이러한 데이타들이 보다 확장된 두뇌로 자유롭게 이식되고 수정될 수 있도록 만든 ‘경험의 데이터베이스’가 밈풀(meam = 정보의 복제단위, 정보유전자. 이에 비해 유전자의 추상적인 집합은 gene pool이며, 우리의 유전자는 인간의 gene pool에서의 특정한 조합으로 형성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이며, 가능하다면 전체 경험으로부터 분리시킨 독자적인 meam들을 원하는 개체에 주입시키는 기술도 가능할 것이다.


4. 종의 다양성


다양한 종의 존재는 생태계를 역동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처럼, 다양한 기능과 구조를 가진 로봇들의 존재는, 바이오스피어의 존재목적을 보다 쉽게 이루어 줄 것이다. 더 많고 다양한 구성원들은 서로에게 자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하나의 랩에서 그렇게 많은 로봇들을 생산해내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예산적으로나, 혹은 상상력인 면을 보더라도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가장 좋은 대안은 전세계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소규모의 바이오 스피어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보인다면, 이것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생존로봇 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 이는 다양하고 많은 로봇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며, 매우 다양하고 재미있는 시도들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 설계와 표준규격이 공개되어야 하며, 너무 길지 않은 간격을 두고 새로운 종들이 투여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연 1회 이상의 개최가 필요하며, 하나의 종에 대해서 가능하면 많은 개체수를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단적인 행동과 집단 내에서의 행동양식의 관찰은 매우 중요한데, 그러한 시도를 위해서라도 신경망의 정보추출과 복제기술은 필수적이다.

5. 의미


바이오스피어3는 그 안에서 완전한 지능이 발달하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이 계획은 단지 그 안에서, 다른 세계를 적응할 수 있을 만한 지능정도만을 기대한다. 이런 목적은 결국 우리의 세계에서 살아갈 로봇을 만들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만약 인간이, 모든 것이 전자기파로 이루어지고 사람들이 중력에너지를 먹고사는 외계의 이상한 세계에서 태어났다고 치자. 어쩌면 그러한 세계에서 적응해 살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십중팔구 정상적인 발달을 하지 못하고 말 것이다. 인간의 아기에게는 지구의 환경과 인간의 가정에서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을 할 수 있도록 진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의미한 자극과 동기, 그리고 사회성이 부여되지 못한다면 정상적인 성장이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늑대소년의 경우만 하더라도, 인간적인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며, 그나마 육체적으로 살아있던 것은, 늑대들의 세계라도 기본적인 에너지원은 사람이나 늑대나 고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늑대들이 돌을 먹고 살았다면 늑대소년이 생존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성장한 인간이 그러한 외계세계에 노출된다면, 그들은 힘들더라도 그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나름대로 규칙을 부여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들은 이미 어느 정도의 내적인 세계를 확립했기 때문에 붕괴되지는 않는다. 만약 혼자라면 외로움과 공포로 정신이 파괴될지는 모르나, 몇몇 동료와 함께라면 그는 이 새로운 세계를 이해하며 적응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 스피어3가 기대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만약 전적으로 실험실에서, 로봇을 설계하고 에너지를 공급하며 연구원들 사이에서 성장시키면 어떻게 될까? 모르긴 해도, 이 세상은 로봇에게 자극적이며 동기를 부여하는 친근한 세상은 아닐 것 같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동료가 없이 혼자라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고, 주위의 인간을 이해하기엔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일어나는 소외나 정신적인 충격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정도 정신적 구조가 형성되고, 얼마간의 지능을 발달시킨 후에 조금씩 이 세상에 노출시켜 나간다면, 그는 마치 신세계를 발견한 것처럼 놀라겠지만 그러한 쇼크로 파멸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그는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고 적응할 만큼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실험실에서 성장시키는 것이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로봇이 이 세상에 잘 적응하고, 나름대로 사람들 사이에서 길러진 어린 침팬지처럼 비교적 정상적인 발달을 이룰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엔 바이오스피어3의 의미는 없어지는가?

그럴 경우에라도, 바이오스피어3는 인류학적, 진화학적, 행동유전학적, 사회학적인 연구모델로써 유용할 것이다. 사회성과 계급, 룰이 어떻게 형성되어 나가는지, 전략적 경쟁이 어떤 식으로 발전하는지, 사회 내에서 문명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관습, 문화, 신앙과 같은 것들이 그러한 인공사회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지 알아보는 것은 분명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만약 그러한 인공사회가 언어를 탄생시킬 수 있을 만큼 발달한다면, 이는 과학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 매우 놀라운 일이 될 것이며, 우리는 그 에덴동산에서 그들이 선악과를 발견했을 때 해명해야만 할 대답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류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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