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에 한해서 말씀드리자면, 저작권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표현"입니다.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아이디어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어, 그 아이디어를 나타내는 표현이 그것 한가지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역시 저작권으로 보호되지 않습니다. 아이디어 자체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설정해주는 결과가 되며, 그 아이디어를 일반 공중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을 방해하게 되기 때문이죠.
예컨대, 옛날 하이트 맥주 광고에서, "맛을 눈으로 확인하세요"라는 카피가 있었습니다. 맥주병 겉에, 온도에 따라 변하는 특수잉크로 마크를 새겨넣는 방법을 생각해낸 사람이, 그 아이디어를 하이트 제조회사(뭐였죠?..-_-ㅋ;)에 알려주면서 위의 카피도 함께 생각해내서 알려주었습니다. 하이트측은 이에 대해 상품화할 생각이 없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그 발명자를 그냥 돌려보내놓고, 이 사람의 발명을 그냥 써버린 것입니다. 이에 그 발명자가, 위의 카피는 자신이 생각해 낸 것으로, 하이트측이 자신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청구를 했습니다. 중간에 화해를 했는지 대법원판결까지는 나와있지 않고 지방법원의 제1심 판결만 있습니다만, 위 카피는, 특수잉크마크로 맥주의 온도를 확인케 하는 방법(아이디어)을 표현하는 거의 유일한 것이므로(다른 말로 적당한 광고카피를 만들려고 생각해보세요. 딴 건 생각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표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그러나 하이트측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은 인정했습니다. 상당히 논란이 될만한 부분입니다).
또한가지, 아이디어/표현 구별의 경계선상에 있는 예민한 문제 중의 하나가 글자체를 저작권으로 보호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어떻게 보면, 한글을 다양한 모습으로 아름답게 장식한 폰트들은 저작권법상 보호받아야 하는 독창적인 표현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뒤집어보면, 예컨대 우리가 윈도에서 가장 많이 쓰고 있는 바탕체, 굴림체 등이 모두 저작권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심하면 글자체가 아니라 글자 그 자체의 일반공중의 사용을 어떤 한 사람이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끔찍하죠.
요컨대, 저작권법도 그러한 19세기적인 윤리는, (충분히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고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Keejeong